24.3.14. 중부일보에 실린 황은정 변호사의 기고문입니다.
[변호인들] 대마매수는 벌금형이 없다 < 변호인들 < 오피니언 < 기사본문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joongboo.com)
2023년 연간 마약사범이 2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이 중 10대가 1천 명 이상이다. 적발된 건수만 이러하니 마약이 우리의 일상에 깊게 파고들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마약범죄는 형량이 높아 초범이라도 실형을 받는 경우도 빈번하여, 이제 스무살을 갓 넘긴 평범한 청년들이 실형을 받아 고난의 시기를 겪는 모습을 보면 심히 안타깝다.
특히 해외거주자들이나 유학생들이 늘어나면서 마약을 흔하게 접하게 되었는데, 일부 국가들에서는 대마를 합법화하거나 단속하지 않아 대마 흡입을 범죄로 인식하지 않거나 해외에서 대마흡입은 처벌되지 않는다고 오인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우리 형법은 속인주의(屬人主義 : 행위자가 어디에 있든 본국법을 적용한다는 원칙)를 취하므로 대한민국 국민이 대마가 합법화된 국가에서 행한 대마 흡입도 처벌 대상이 된다.
특히, 대마를 구입하여 흡입하는 경우 대마매수와 대마흡입을 각각 별개의 범죄로 보므로 형벌이 가중되게 된다. 마약류관리법은 대마 매매(매도와 매수를 포함하는 개념이다)는 공급측면의 범죄로 분류하여 징역 1년 이상의 법정형으로, 대마흡입은 수요측면 범죄로 분류되어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율하고 있다.
그런데 필자는 여기에 다소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지점이 있다. 대마를 직접 기르는 사람이 아니라면 대마를 흡입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타인으로부터 구입해야 한다. 즉, 흡입에는 통상 매수가 수반되기 마련이다. 나아가, 단순히 개인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구입하는 사람과 영리목적으로 판매하는 자는 대마의 확산에 관여하는 정도가 동일하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사용매수행위를 판매행위와 동급으로 규율하고 흡입행위보다 중하게 처벌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 드는 것이다.
과거 헌재는 개인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마약류를 매수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수요의 측면에 해당하고 마약 유통구조상 최종단계를 형성하므로, 마약확산에의 기여도와 행위의 위험성 및 비난가능성 등 죄질이 영리목적 매수와 질적으로 다르다는 취지의 판시를 한 적이 있기도 하다(2002헌바24 사건).
필자의 위 의문에 관하여 최근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있었다(2021헌바270 사건). 헌재는 "대마의 매수행위는 대마의 사용이라는 수요측면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매도행위와 필요적 공범관계로서 공급측면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진다는 전제에 서서, "매수행위의 경우에도 매매자금의 제공을 통하여 대마의 확산을 촉진함으로써 결국 공중의 건강까지 직접적으로 위협하게 되므로, 그 동기를 불문하고 매도행위와 마찬가지로 위험성과 비난가능성이 높다"고 하면서 현행 마약류 관리법 상 대마 사용매수행위의 법정형을 1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정한 것이 비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러나, 필자는 유남석 재판관의 반대의견과 같은 생각인 바 그 반대의견을 소개하는 것으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일반적으로 대마를 흡연, 섭취 등 사용하는 사람은 대마를 취득하기 위하여 매수 등의 범죄를 범할 수밖에 없다. 생산과 소비가 일치하지 않는 오늘날의 마약시장에서 매수 또는 수수(收受)를 수반하지 않는 마약류의 사용행위는 지극히 예외에 속한다. 따라서, 대마의 사용과 사용매수는 목적과 수단이라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이는 결국 하나의 불법성을 가진 일련의 행위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두 가지로 나누어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대마의 사용매수는 유통 목적 매수와 구별되고 사용행위와 동일하게 기본적으로 수요의 측면에 속하는 사용범죄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또한 대마의 사용행위의 불법은 오로지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방법으로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파괴하는 데 있기 때문에 사용매수의 불법성 역시 주로 매수자의 사적 영역에 머무른다고 볼 수 있으며, 대마의 확산으로 말미암은 국민건강에 대한 위협에는 단순히 소극적·수동적으로 기여할 뿐이다.
이와 같은 대마의 사용매수에 대한 마약류관리법의 법정형은 그 불법의 내용과 정도에 비추어 지나치게 과중한 법정형을 정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고, 같은 목적 하에서 이루어진 일련의 행위로 불법의 내용과 정도가 동일한 사용행위보다 사용매수에 대하여 과중하게 법정형을 정할 합리적 이유도 찾아볼 수 없다".
황은정 법무법인 이안 변호사
출처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http://www.joongboo.com)